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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지는 호수에서의 산책, B-25 폭격기, 그리고 한국기업의 주재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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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건 조회 4,556회 작성일 2024-05-04 06: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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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모두 5월의 시작은 잘 하셨나요?

한국은 다음주 월요일까지 휴일이더군요.

5월 들어서는 한국에 계신 분들이 참 많이 부러워집니다 ㅎㅎ

 

어제 저녁엔 오랜만에 근처에 사는 한국인 가정과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 후 배도 꺼트릴겸 근처에 있는 호수를 찾아 산책을 했네요.

 

 

1920년대 말 전력생산을 위해 만들어진 이 호수는 당시 세계에서 사람이 만든 가장 큰 호수로 알려 졌습니다.

물론 지금이야 더 큰 호수들이 많지만, 그래도 처음 이 호수를 보면 마치 바다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옵니다.

특히, 온갖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서 1년 내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죠.

 

 

물론 이렇게 한여름이 되기 전엔 날이 좋아 강태공들도 많이 찾아 옵니다.

근데 여기서 고기가 많이 잡히는지는.. 음.. 잘 모르겠네요. ^^;; 

 

source: www.nationalmuseum.af.mil/Visit/Museum-Exhibits/Fact-Sheets/Display/Article/196211/doolittle-raid/

 

이곳은 미국에서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진주만 공격 이후 미국은 일본 본토를 공습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때 사용된 방식이 항공모함에서 항속 거리가 긴 폭격기(B-25)를 이용하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Doolittle 공습입니다.

 

source: www.rarenewspapers.com/view/620124

 

Doolittle 공습의 성공으로 일본은 역사상 최초로 본토를 공격 받았고, 미국은 훗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원폭투하에 성공하게 됩니다. 

그 이후는 모두 아시는대로 일본의 패망으로 직결되죠.

 

source: southernmuseumofflight.org/portfolio-types/lake-murray-b-25-exhibit/

 

이 작전의 성공엔 수많은 B-25 폭격 훈련이 있었는데 당시 이 호수가 B-25 폭격 훈련장으로 이용되었습니다.

결국, 이 호수는 일본의 패망이 있게 하는데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 셈이죠.

지금의 평화롭고 즐거운 풍경과는 정말 많이 거리가 있어 보이는 과거를 가진 호수입니다.

 

그 당시 여러대의 B-25 폭격기가 이 호수에 추락했었는데 그 중 3대는 2005년이 되어서야 꺼냈다고 합니다.

이때 회수된 B-25는 박물관에 고이 보관되어 전시 중입니다.

 

 

이곳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한국인을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전 운 좋게도 이곳으로 왔을때 근처에 한국인 가정이 있었고, 이런저런 일로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생각지도 못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부부가 제 대학교 후배더군요.

역시.. 죄를 짓고 살면 안되는 아주 좁은 세상인 것 같습니다.

어젠 해가 질때까지 꽤나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미국엔 한국기업들의 미주법인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 대다수는 우리가 많이 들어본, 대기업들이죠.

특히, 트럼프 정부때 울며 겨자먹기로 이곳에 들어온 기업들도 꽤 많이 있습니다.

 

모든 미국법인에는 한국에서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동안 파견온 주재원들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기업의 미국법인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많은 기업의 미국법인은 개선되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며, 그 발단은 '주재원'들 입니다.

 

한국에선 몰랐지만, 이곳에 와서 들어보니 주재원의 권한이 엄청나더군요.

일차적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합니다.

한국에 있을때 갖지 못했던 큰 권한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

특히나, 채용, 배치, 고과, 승진 등의 인사권을 갖게 되면서, 막장도 이런 개막장이 없을 정도의 어이없는 일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둘째로, 그들은 미국기업문화를 잘 모르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습니다.

한국기업의 미국법인은 현지인의 비율이 한국인보다 절대적으로 높은 엄연한 미국기업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재원들은 한국기업문화를 그대로 적용하려고 합니다.

당연히 현지인들에겐 씨알도 안먹히죠.

대신, 현지에서 채용된 한국인들에게 한국기업문화의 잣대를 들이대고 요구합니다.

뭔가 역차별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됩니다.

 

더 기가 막힌건, 일부 주재원들은 한국인들을 주재원과 현지채용으로 구분하고, 현지 채용된 한국인들을 완전 하대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지 채용된 한국인들은 과연 어디에 속해야 하는 것일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0-7IHOXkiV8

 

능력도 안되면서 막강한 권한을 지멋대로 휘둘러 조직을 좀먹는 리더답지 못한 리더..

한국을 망하게 하고 있는 그 누군가를 생각나게 하는 어제였습니다.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Lucifer에서 BGM으로 사용되었던, 분위기 있는 'Way Down We Go',

미국에서 가장 저평가되는 그룹 중의 하나인 KALEO의 곡 추천드리며,

모두 행복한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댓글목록

신급시우님의 댓글

두리틀 공습과 훈련 글로만 알았는데 그 난리를 겪고도 자연은 멋지네요.
주재원들 이야기는 제 주변에도 비슷한 놈들이 있어서 공감가네요.
대기업이라 받들어주니 자기가 잘난줄알고 온갖 거만 떨다가 회사 그만두고도 똑같이 행동하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하는 놈들이 좀 있지요.
우리 순정 마초남 루시퍼는 저도 재밌게 봤는데 음악은 기억이 안나네요 ㅎㅎㅎ

TimtheBeaver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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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참 대단합니다~ 특히 이곳은 별로 오염되지 않아서 더 좋은 것 같아요~
물론 모든 주재원들이 저렇지는 않겠지만, 흐음.. 암튼 좀 웃긴 짜장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부조리나 부정을 행하여도 미국법인은 치외법권인양 유야무야 넘길려고 하는 경우도 많아서.. 막상 직접 들으면 쌍욕나오죠 ㅡ.ㅡ
편안한 연휴 보내세요~!!

호수형제맘님의 댓글

예전에 네팔이나 케냐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일할 때 생각이 나네요. 그 나라 법인에 아무것도 모르고 파견된 파견직이 정말 한국 스타일로 일하면서 일을 직원들에게 고소, 고발 당하고 정부에서 쫓겨날 뻔 등등...주재원으로 보내기 전에 정말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할 것 같아요.

즐거운여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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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이나 케냐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도 일하셨다니 힘드셨겠어요. 그리고 그 당시 어땠을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언제 시간 되실 때, 개인 신상이나 회사의 구체적인 업종이나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 해주시면 좋겠다고 요청드려봅니다. 부담스러우면 마시고요.
오늘에 모인 사람들이 각자 이렇게 다양한 삶의 배경을 가지고 살아왔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TimtheBeaver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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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호수형제맘님께서도 해외에서 일하신 경험이 있군요. 네팔, 케냐.. 일보다 생활하는데 불편하시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한국에서 제가 다니던 곳은 주재원 나가기전 많은 교육이 있었는데, 여기와서 보니 이게 또 계열사마다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주재원들이 많아지기를 기원해 봅니다!

즐거운여우님의 댓글

팀더비버님 덕분에 제가 몰랐던 세상 이야기를 알게 되네요. 주재원들은 임기 마치면 한국에 돌아올 사람들이니 현재 문화 배우지 않으려는 나태함이 생기기 쉬울 것도 같네요. 삶의 경험과 지식을 이렇게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TimtheBeaver님의 댓글

대댓글
안녕하세요~!
음.. 보통 주재원 나오는 나이대가 30대-40대이다보니 가족을 데리고 와서 아이들을 이곳 학교에 보내는데, 많은 경우 임기를 마칠때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가족은 여기 남겨두고 혼자 들어가 기러기 생활을 합니다.
이러면서 한국인들의 극성스러운 교육열이 지역에 쫙 소문나고.. 한국인에 대한 색안경을 끼고 보게되는 사람도 생기고..
암튼 이런 경우를 꽤나 봐오고 있습니다 ^^;;;
오늘도 소소한 저의 하루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세미티님의 댓글

호수 전경이 정말 환상 그 자체네요. 제 닉넴이 요세미티인 것 처럼 미국 자연에 홀딱 반해 있는 1인 입니다. 일 전에 아프리카 이야기도 하썼지만 제 버킷리스트 1번이 미국 내 국립공원을 모두 댜녀보는 거예요. 미서부 그랜드서클을 두 번 정도 했는 데, 뒤 돌아서면 또 가고 싶어요 ㅎㅎ

주재원은 참... 저도 격은 게 있어 말을 덧붙이자면 미국에서 "한국사람 밑에서 일하는 건 못하겠다" 입니다 ㅎㅎ

TimtheBeaver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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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을때엔 많은 분들이 주재원에 대해서 그리 좋은 인식을 안가지고 계시는지 몰랐는데, 이곳에서 듣고 보니까 저도 점차 바이어스 되는 것 같아요 @.@

훼손되지 않은 이곳의 자연은 늘 경이로운 것 같아요~
Top25 National Parks 한번 보시고 모조리 클리어 하실 날이 얼른 오시길 응원합니다~!!
https://www.cntraveler.com/gallery/best-national-parks-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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