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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긴 글)안녕하세요 한 달 만에 "오늘"에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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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건 조회 3,189회 작성일 2024-07-14 03: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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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오늘에 온 건 적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서입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컴퓨터 앞에 일하느라 딱 필요한 것 외에는 컴퓨터를 켜본 적이 없어요.

별로 내 이야기를 글로 적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가끔 레딧 모공에 날씨가 너무 덥고 습해서 힘들다고 폰으로 적기는 했어요. 6월에 갑자기 35도까지 오르고 더웠잖아요. 에어컨 청소 업체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습도가 높거나 하지 않을 때는 안 키려고 노력 중입니다.

지금은 서재 작은 방에, 제가 지금 넘어져서 인대를 다쳐서 반깁스를 하고 몸이 안 좋다는 이유로 서재방에만 에어컨을 틀고 앉아서 이 글을 쓰고 있네요.

제가 여기 마지막으로 남긴 글이 "어머니를 모시고 부산 여행을 다녀 와고 여독이 풀리지 않아 힘들다"라는 글이었을 거예요. 여행 자체는 다행히 잘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그 여행을 떠났던 것 자체가 5월에 건강이 너무 안 좋아서... 인생에 회의감이 들어서

어쩌면 만약 그 여행을 다녀오고 그 여파로 통증이나 다른 섬유근육통 증상이 더 심해져서

수업에 가지 못한다면 아예 이 일을 그만둘 각오를 하고 다녀온 그런 여행이었습니다.

강한 진통제를 많이 먹으며 그러고도 구토나 설사 등을 약으로 잡고 그러고 수업을 다녀오기 떄문에

수업 자체는 즐겁기도 하고 보람도 있지만 오로지 수업만을 위해서 사는 삶을 이대로 지속하고 인생이 끝난다면

이것(몸이 아파도 수업만은 빠지지 않고 하는 것) 때문에 하지 못한 다른 일들이 너무 후회가 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제가 너무도 좋아하고 너무나 사랑하는 이 일을 그만 둘 각오를 하고, 

척추관 협착으로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어쩌면 너무 무리가 되고 중간에 사설 앰뷸런스를 불러서 다녀와야 할 지도 모르는 여행을, 그래도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이 여행을 다녀온 뒤 오히려 수업은 전보다 담담하게 차분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어도 하는만큼 하고 포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마음을 먹으니까 오히려 더 담담하게 일할 수 있더라고요.

그렇지만 그래도 뭔가 "버티는 하루하루"이긴 했어요. 어떻게 여행 다녀오고도 용케 수업을 다녀온다 싶지만

여행다녀오고 일주일이 지나니까 그제서야 몸이 너무 힘들고 위에도 이미 적었던 6월에 갑자기 찾아온 35도 폭염에 저도 엄마도 너무 지쳤어요. 엄마는 70대 중반 노인이신데다가 부산 여행이 물론 너무 행복하시긴 했으나

당연히 그 여행이 엄마의 척추관 협착에도 무리를 주어서 많이 힘들어 하셨거든요.

이렇게 한 달이 지나는 동안 뭔가 "수업을 하는 동안에는 행복하지만 수업하고 집에 돌아오면 기운이 안 나는 삶"이 이어졌습니다.

아 이것도 하나의 요인이었는데요. 제가 하는 온라인 독서모임 6월의 책이 <불변의 법칙>이고 저는 운영자니까 그 책의 발제도 만들고 토론할 때 토론 진행도 해야했는데요. 그 책이 결과적으로 저에게는 어떤 감동이나 에너지를 주는 책이 아니었습니다. 조금의 영향을 주었다면 "너의 인생도 20세기에 갑자기 대공황이나 세계대전에 내몰린 사람들의 일생처럼 앞으로 어떤 리스크가 생길지 예상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물론 이 책은 인생보다는 투자에 대해 말하는 책이지만 좋게 말하면 앞날을 반드시 예상해서 대비하겠다는 강박을 줄여주는 책이고 그 이상의 어떤 에너지를 주는 책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재미있는 책이나 저에게 새로움을 알려주는 책에서 삶의 에너지를 받는 사람인데 이런 책만 의무감 때문에 붙잡고 있으니 오히려 의욕이 없고 쳐질 지경이었고요. 이런 의견은 저뿐 아니라 다른 회원들도 대부분 같은 의견을 주셨어요.(책이 별로였다는)

그럼 오늘은 무슨 바람으로, 어떤 에너지와 의욕이 생겨서 노트북을 켜서 이 글을 오늘에 남길 에너지가 생겼나면요. 저는 어릴 떄부터 유럽의 18세기 19세기 세계명작을 좋아했고요. 그러다보니 20세기 초까지 유럽의 역사를 문학 작품으로 늘 읽어서 유럽 역사 덕후로까지 나아갔습니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나폴레옹 전투부터 시작해서, 1차, 2차 세계대전이 작품에 나와서 저는 원래는 전쟁을 싫어했는데(병사들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죽음을 피할 수가 없고 위에 장군은 죽을 일이 없다는 게 너무 싫었습니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전쟁사도 보게 되었어요.

그렇다고 20년 내내 유럽 근대~2차대전까지의 전쟁사를 계속 판 건 아니고요. 몇 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찾아봤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오늘은 그동안 미뤄두었던 넷플릭스의 2022년 독일 영화 <서부전성 이상없다>를 보았습니다.

고등학교 때 읽은 책인데, 영화 자체는 호불호가 갈린다고 알고 있었어요. 해외에서는 평가가 상당히 좋은데, 독일 내부에서는 이 작품이 원작의 내용은 너무 각색한 것 때문에 평이 엇갈린다고요. 

그래서 저도 이 영화 보는 걸 좀 미뤘는지도 모르겠어요. 기대치가 낮아서요?

 

그런데 오늘 새벽에 보고서 중학교 때, 역시 같은 원작자(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영화 "사랑할 때와 죽을 떄"를 보고 느낀 감정을 이 영화를 보면서도 느꼈습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굳이 말하자면 "인생의 허무함 속에 들어있는 인생의 의미"라고 할까요.

이건 꼭 전쟁이 아니어도 내 잘못과는 상관없이 억울한 불행과 재앙과 허무를 당해야 하는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요. 그 와중에도 만날 수 있는 인생의 어떤 의미들, 그리고 그렇게 인생의 의미를 자신과 남에게 전달하는 인간의 삶과 더불어 병사들의 죽음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명예에만 집착하는 인간의 악한 본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리스도교(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이걸 종교적으로도 받아들여서 저의 삶의 의미 그리고 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들의 삶의 의미에 대해서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이런 의미들을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싶은 의욕이 생겼기 때문에 그리고 이런 탐구를 그리스도교 신앙 속에서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별개로 제가 오랫동안 오늘에 접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 계신 분들이 제가 오늘을 아예 떠난 걸로 여기셨을 거라 죄송했어요. 저는 만약 어떤 곳을 떠나더라도 잠수보다는 꼭 인사를 하고 떠나는 성격이거든요.

오늘 운영자님께서 여기에 글 쓰는 걸 의무감을 가지고 쓸 필요는 없다고 쓰고 싶을 때 쓰면 된다고 하셨지만

그냥 슬쩍 잠수타고 사라졌을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이라 그동안 여기서 친분을 맺은(저는 내적으로 친밀감을 느꼈어요)분들에게 죄송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기운이 없었어요. 오늘 어플이 있다면 그래도 틈틈이 보고 다른 분들의 글을 읽고 댓글은 달았을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저는 섬유근육통으로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전에 운영자님께서 제가 언제가 웹상으로는

멀쩡한 아이디에 멀쩡한 비밀번호로도 로그인이 안 되는 현상을 고쳐보려고 저에게 이렇게 저렇게 해보라고 하셨는데 사실 저는 그.... 보통 사람이라면 너무나 별 거 아닌 오류 고치는 시도들도 좀 에너지 상으로 버거웠어요.

 

지금은 이 서재방에 앉아서 에어컨을 이 방 안에서만 틀고 노트북을 켜서 여기에 이렇게 긴 글을 남길 정도의 에너지가 있으니 다행히 여기에 한 달만에 글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오늘 새벽에 <서부전선 이상없다>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사실은 어제도 오늘도 그냥..

금요일에 넘어져서 인대 다치고 너무 아픈데 이 악물고 병원가서 반깁스하고 땀 뻘뻘 흘리면서 목발 짚고 걸아오고 그렇게 하루를 보낸 뒤 토요일에 방수커버를 씌우고 샤워할 방수커버를 배송받고 냉찜질할 아이스팩도 배송받아서 일종의 숙제(다친 발에 방수 커버 씌워서 넘어지지 않고 샤워하기)랑 냉찜질하기 등의 숙제를 부여받고

지나간 그런 하루로 남았을 것 같습니다.

좋은 영화를 보고 제가 다시 인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어서 에너지가 생겨서 여기에도 글을 쓸 에너지가 생겼네요. 

이 에너지가 결국 가톨릭 신앙과도 연결되는 것이라 제가 독서모임에서 7월의 책으로 읽을 <이처럼 사소한 것들>과도 연관지어서 계속 생각하고 생각을 정리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자주 올 것이다. 자주 와서 다른 분들이 쓰신 글도 다 읽고 댓글도 달겠다는 약속은 섣불리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글을 쓰고 싶은 것이 있을 떄" 여기에 이렇게 긴 글을 남기고, 또 노트북을 켜서 앉을만한 에너지가 있을 때 건강상태가 될 때는 다른 분들의 "오늘"의 일상도 읽고 함께 그 일상에 대해 댓글로 이야기할 수 있길 바라요.

 

너무 오랜만에 와서 죄송하고, 양해해주신다면 앞으로도 이렇게 가끔씩이라도 긴 글을 남기고 싶네요. 여기까지 이렇게 긴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백금술사님의 댓글

훨씬 몸건강한상태임에도 새 환경적응 핑계로 몇 달째 오늘에서 할 일을 미루고 있는 저같은사람도 있는걸요,
그냥 자게 눈팅러인 저도 즐거운여우님 사정을 아주모르던건 아니니 부담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커뮤활성도가 낮은걸 개인이 짊어지려하기이전에 건강챙기는게 우선이죠!
대비되는 삶에 자극받은김에 저도 오래붙은 의자에서 일어나 한걸음씩 변화를 줘봐야겠네요.
매사 열사병조심하시고 전체 중 10%대 가정용전력 눈치보지마시고 시원한 주말보내시길 기원할게요!

호수형제맘님의 댓글

즐거운여우님 이렇게 지내고 계셨군요~ 그러지 읺아도 날이 더운데 몸은 좀 어떠신지 궁금했습니다. 백금술사님의 댓글에 저도 왠지모를 위로가 되네요 ㅎㅎ 이처럼 사소한 것들 제목이 참 마음에 듭니다. 저도 한번 책 읽기에 도전해보고 싶네요~

신급시우님의 댓글

와~길다 ㅎㅎ
여행도 무사히 다녀오시고 바쁘셨네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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